정들었던 BOSE OE를 내칠 때가 됐나 봅니다. ㅎㅎ 버리는 건 아니고 새로운 녀석에게 메인의 위치를 넘겨야 한다는 것. 바람의 카이님 홈페이지에서 재규어 신규모델 관련 글을 읽다가 삘이 꽂혔습니다. 그 전까진 B&W 라는 브랜드는 알지도 못했죠. 스피커 업계에서는 거의 레전드급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게 됐구요. 그런 회사에서 야심차게 헤드폰을 출시했는데 이게 또 물건이라더군요. 그간 BOSE OE의 좋은 품질에 만족하면서도 그 특유의 구조와 음향성격이 내게 맞지 않다는 걸 알게되면서 다른 헤드폰을 찾고 있었던 터라 이 P5가 눈에 딱 들어왔습니다.

구글링을 통해 제품의 성향을 알면 알수록 제가 찾던 제품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만 가격이..... -.-;


외관

OE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 '아! 바로 이런거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그런데 아무리 좋은 것도 오래 쓰다 보면 흠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재질이 죄다 플라스틱이다보니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p5는 일단 외관부터 시선을 끕니다. 스틸 재질의 이어컵 덮개와 양각으로 새겨진 로고, 헤드부분과 이어컵 부분을 연결하는 구조물의 유려함은 심플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합니다.


(유닛을 감싸는 건 양가죽이라는데 BOSE OE의 느낌과 유사합니다. 뭐가 더 좋은 지는 모르겠고 ^^)

착용감

둘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편안합니다. 그래도 OE가 다소 가볍기 때문에 무게감의 측면에선 좀 더 낫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귀에 밀착되는 느낌은 P5가 좀 더 타이트합니다. OE는 쓴 지 좀 돼서 그런지 아니면 P5에 적응돼서 그런지 몰라도 P5는 착용했을 때 안정감이 더 낫다는 생각이네요. 물론 타이트하다는 점은 오히려 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착용한 후에 모습을 보면 OE는 머리를 둘러싸는 부분이 붕 뜨는데 반해 P5는 밀착되는 형태로 보기에 낫습니다. 물론 제 두상이 커서(^^;) 그렇지, 일반인들은 어느 쪽을 착용해도 폼이 잘 나올겁니다. 다만 p5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타이트하게 밀착되는 형태라 장시간 착용 시 머리를 죄이는 효과를 우려할 수도 있는데 2주정도 사용하면서 그런 점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다는 의미.


음질

사실 이 부분은 상당히 주관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함부로 이게 더 낫네, 부족하네 할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그렇지만 가격 차이에서 발생하는 기기 간의 음질은 분명 존재할 거구요. 

OE의 경우에는 제품의 컨셉이 보다 현실적인 공간감과 풍성한 저음을 구현하는데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직접 들어보지 않고는 말로 표현하기 애매하죠. 물론 보급형 헤드폰에서도 eq를 조절하고 음장효과 켜두면 저음 강조되고 공간감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OE는 오히려 eq를 꺼달라고 할 만큼 저음에 굉장한 강점을 보입니다. 공간감도 마찬가지. 보통 저음이 강하면 붕붕거리는 느낌이 많아지고 장시간 청취 시 두통을 유발할 수 있지만 BOSE의 제품은 그런 것과는 전혀 차원을 달리합니다. 풍성하면서 단단한, 명료한 저음을 보여주죠. 그런데 이것도 장기간(2년 정도?) 사용하다보니 내가 원하는 베이스는 아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네요. 분명 저음부가 강조됐고 만족할 수준이긴 한데 말이죠.

전공자는 아니지만 베이스라는 악기를 다루다 보면 곡을 카피할 기회가 많습니다. 곡을 잘 베끼려면 베이스 파트를 잘 듣고 한 음 한 음 잘 따야 합니다. 그런데 OE로는 그게 잘 안되더군요. 분명 저음은 들리는데 말입니다. BOSE의 음가공 처리방식이 분명 우수한 것은 맞지만 제가 원하는 방향은 아닌 듯 했고 이게 다른 헤드폰을 찾게 했던 거죠. 결국 제가 원하는 헤드폰의 컨셉은 중음과 저음대를 명료하게 빼먹지 않고 잘 처리해 주는 기기였던 겁니다. 이거 말은 쉽지만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봐야 아는거라, 게다가 이거 정말 주관적인 부분이라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p5는 어떨가요? 현재까지는 아주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베이스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OE에 비하면 풍성한 저음은 아닙니다. '아니다'라는 말 혹 저음이 약하다라는 말로 착각하시지는 마시길. 절대로 약하지 않습니다. 보스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죠. 오히려 지금은 p5의 저음이 훨씬 좋게 들립니다. 제가 원하는 그런 느낌으로 말입니다. 사실 이 글도 The Cars의 'Tonight She Comes'(1985)라는 곡을 듣다가 삘 받고 쓰는 겁니다.

(중학교 들어가서 듣게 된 팝송. 가장 좋아하는 추억의 곡 중 하나입니다.^^)

두 개를 번갈아 가며 들어보면, 먼저 OE에서는 확실한 타격감이 돋보입니다. 그러다가 P5로 돌아오면 그 타격감은 약간 줄지만 훨씬 선명해진 베이스라인 그리고 일렉의 날카로움, 그 외의 세션들, 그리고 OE에서는 그냥 무난하게 들리던 보컬이 새롭게 다가오네요. 거기에 몇몇 묻혀져 들리지 않던 소리들까지 살아나구요. ^^


휴대성 : 파우치(P5) & 케이스(OE)

고급스러움은 P5가 매우 좋습니다. OE는 매우 실용적이고. 전 이 두 개를 합쳐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ㅎㅎ

OE를 쓰면서 AS를 세 번 받았습니다. 두 번은 단선, 한번은 왼쪽 유닛 고장으로(이 땐 아예 새 제품으로 교환했었죠. 그런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물론 비용부담이 있어야하지만). OE는 구조적 문제로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케이스를 잘 이용해 줬으면 그런 일이 줄어 들었을 테죠. 그런 일이 있고 난 후부터는 무조건 케이스를 이용했습니다. 문젠 케이스가 좀 부피가 있다 보니 가방에 넣고 다니기가 거추장스러웠습니다. P5는 그런 점에선 부피가 확실히 줄어듭니다. 보스 케이스의 2/3정도 두께. 그러다보니 가방안에 넉넉히 들어가네요. 그런데 케이스가 아닌 파우치다 보니 물품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새로운 문제가 부각. ㅜㅜ;


부가기능

헤드폰에 무슨 부가기능이 있겠습니까? 물론 요즘 고급 헤드폰 등에는 무선이라던지, 노이즈캔슬링 같은 기능이 부가적으로 들어가니까 그 말도 맞긴 합니다.

p5에는 두가지 종류의 선을 제공합니다. 특이한 점은 헤드유닛안으로 선이 들어가 연결되는 형태를 취해, 부피 등의 문제인지 양쪽 단자 크기가 다릅니다. 한쪽은 일반적인 3.5파이, 다른 한쪽은 2.5파이입니다. 그런데 왜 두 개일까요? ^^

Made For iPod

이 한마디로 모든 걸 설명합니다. ^^ 아이폰 쓰는 분들이라면 하얀색 이어폰의 유용성에 대해선 잘 아실 터이고, 이와 똑같은 기능을 하는 라인을 더해준 것이죠. 그 편리함은 두말하면 잔소리. 다만 이 라인은 잭의 특성상 아이폰 또는 애플 라인업에서만 지원이 가능합니다. 다만 추가로 제공하는 1/4inch 변환잭을 이용하면 이를 지원하는 모든 오디오기기(거의 모든)에서도 사용 가능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중요한 사항(본인에게만!). 아이폰에 케이스(제 case는 spg 케이스)를 더한 경우 아이폰용 이어폰 단자만 접속이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단자의 지름을 작게 해서죠. 그러다보니 여러 이어폰이나 헤드폰들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BOSE OE나 B&W P5의 경우엔 아이폰용과 거의 비슷한 크기를 가졌습니다. 진정한 아이폰 프렌들리 ^^

(자석을 이용한 유닛덮개가 분리됩니다. 이런 건 처음 보는군요.^^. 위에서 설명한 대로 유닛안쪽 단자는 2.5, 다른쪽은 3.5 그리고 1/4인치 변환 잭까지)

적다보니 말이 두루뭉술하게 적은 느낌이죠? 삘 받아서 한 번에 적어 내려가다 보니 두서가 없네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여러 헤드폰 블로거나 카페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Seeko 사용기 : http://liten.be//G8CtX

drzekil 사용기 : http://drzekil.tistory.com/942

뭐 더 많이 있지만 구글링하면 잘 나올 거구요. seeko의 사용기가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과 가장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음악 좀 듣는다는 분들은 저음을 꽤 꺼려하시나 보네요. 즉 p5는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이고 아웃도어용 이다보니 자연스레 저음이 강조되고 고음은 보편적인 수준이다는 것입니다(대부분 고음을 강조 하시더라구요). 맞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 비교하고 있는 OE에 비해서는 확실히 낫다라는 게 제 견해입니다. 여러 제품들, 즉 P5보다 하이레벨의 제품들과 비교한다거나 고음에 충실한 제품들과 비교를 한다면 이 글에서 적지 않는 단점들이 부각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제품을 원하시는 분들께 한 말씀 드린다면, 이 제품은 클래식과 같은 최고의 해상력을 요구하는 분께는 별로라는거. 그 외의 장르라면 괜찮을 겁니다. 저처럼 중저음을 중요시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음부분도 일정수준을 원하시는 분들께 아주 좋다는 것이죠. 물론 이런 말도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대체 뭔소리냐라고 하실 분들 많으실터.^^

하여간 자신의 헤드폰 구력이 꽤 되고 좀 더 좋은 녀석을 원하다면 그냥 맘편히 구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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