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를 접한 것도 벌써 3년이 된다. 키퍼 서덜랜드의 낮게 깔리는 음성과 그 눈빛에 사로잡혀서 이젠 벗어날 수 없는 미드 중 하나가 됐다. 또 하나는 배틀스타 갈락티카의 리 아마다 함장.


24시를 늘 화려한 액션과 스릴, 그리고 그 충격적 반전을 보는 재미에 봤다고 생각해 왔지만, 오늘 시즌7 8화의 단 한줄의 대사는 지금껏 봐왔던 그 어떤 대사와 장면보다도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극 중 르네워커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래리 모스 부장과 만나는 장면 중 잭바우어가 던지는 그 대사. 정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함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조직생활 속에 갇혀 있는 나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겐


잭바우어 : " 언제까지 모두가 당신네들의 규칙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할거지?" " 아무도 그러고 있지를 않아!"

~

래리모스 : 규율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잭바우어 : 오늘은 아니야!



요즘 베스트셀러 중에 상당수를 보면 '격식의 파괴', '구질서에 대한 혁명적 전환' 등등 기존의 세계로부터의 도약, 틀깨기, 패러다임 쉬프트를 외치는 내용이 많다. 물론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느끼기에는 좀 무리가 많고, 대부분이 먼나라 이야기 하듯 하는 것 같았었다. 


그런데 오늘 잭바우어의 단 한 줄의 말로 확 느껴버렸다.^^ 매우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다보니 그런것인가? 아무튼 지금 세상은 아무도 남이 만들어놓은 규칙따위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아니 매우 불편해하고 있다. 래리모스가 규율이 우리를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게 한다는 말도 분명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요즘과 같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조직생활 속에서 늘 느끼는 것은 분명 미래지향적이기 위해 창의를 외치고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결국 공염불일 수밖에 없는 것이 조직이라는 틀 자체가 규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창의적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 틀안에서의 창의는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는 책을 요즘 읽고 있는데, 톰이 외치는 것이나 잭이 말하는 것은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톰이 수백 페이지에 걸쳐 요란하게 써 놓은 것을 잭은 단 한마디로 결정해 버렸다. 역시 잭 바우어는 시대의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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