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 1 수준의 작품성을 기대했던 탓일까? 영화 다 본 후의 느낌은 뭔가 부족함 투성이. 그러나 분명 뭔가 궤를 달리하는 듯한 느낌.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아니! 성직자를 소명이 아닌 직업, 생활의 수단으로 변질시켜버린 한 목사에 대한 페이크 다큐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는 사기성 농후한 엑소시즘을 거행하는 목사. 그래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기에 미국에서도 사교가 성행하는 뉴올리언즈의 어떤 가장으로부터 의뢰를 받게 된다. 마냥 일반적인 퇴마의식만 치뤄주고 돈만 챙기려던 목사는 의외의 현상에 매우 당황하게 된다.

어릴 적 어머니의 사역 중, 축사(축복이 아닌 악한 영을 쫓는 행위)를 종종 접하곤 했다. 뭐 어머니가 무속인은 아니지만 종교인으로서 흔히 접할 수도 있는 미스테리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은...


영화 속의 그 목사가 그랬다. 영화에서는 사탄의 영에 사로잡힌 것 같은 소녀가 실상은 정신적 충격에 의한 것이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 했다.

'그럼 그렇지. 결국 엑소시즘, 특히 성경에서 분명히 기록하고 강조하는 악의 영에 대해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 인정할 리 없지'라는 이런 생각이 들 무렵 반전이 시작된다.(거의 마지막 부분이라, 시작이라 할 것도 없지만) 그렇더라도 영화의 끝은 좀 황당한 듯해서 아쉽다.


그러나 영화내내 자신의 정체성을 잊고, 아니 외면하려고 하는 목사의 마지막 모습은 인상적이다. 마치 삼손의 최후를 보는 듯 하다고나 할까.

초등학교 6학년 시절, 학교 도서실에서 뜻하지 않게 접했던 책(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런 책들이 대체 왜 국민학교에 있었어야 했는지 여전히 궁금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지대했던 분야라 당시에도 횡재한 느낌이었다. 그 정도의 체계와 방대한 분량을 가진 자료는 요즘도 찾아 보기 힘들다. 무려 12권 인데다 깨알같은 글씨들. 아무튼 그 책들로 인해 세상이 터부시하는 기이한 현상, 사건들에 대한 시각을 어린 시절에 정립해 버렸다. 그 후로도 이런 류의 책들을 찾고 읽었지만 그 책들만 못했던 기억이다.

기독교인이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만 보호만 받고 있는 상태라면, 그런 이상한 현상들이 대게 낯설고 되려 이단 시, 또는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러한 일들이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고 다양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예수님 자신이 직접 귀신을 쫓아내시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최근의 교단이나 목회현장에서는 이런 데 관심 두는 것에 신경쓰지 않는 듯 하다. 아니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반면, 최근에 읽은 '믿음의 엔진'이라는 책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진화심리학의 방법으로 바라보면서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자세한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상당부분 이 또한 수긍하게 된다.


인간이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전혀 낯선 것에 대한 미지의 것에 대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눈 떠서 보면 30cm도 안되는 높이지만, 눈 가리고 모른 채 접하면 천길 낭떠러지 같은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내 앞에 있는 것이 높지 않은 난간같은 물리적 실체일지, 아니면 정말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영적실체일지는 알 수 없다. '믿음의 엔진'의 저자도 현재 과학으로도 풀지 못하는 불가사의한 현상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인정한다. 그게 다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지 이후로도 어떨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하나님이 말씀하셔서 창조한 세상을 그대로 나는 믿기에, 그래서 영적 실체에 대해 인정하고 인지하게 된다.


영화 마지막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한 목사의 목숨을 건 행동.

아마도 감독은 겉으로는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기독교적 메시지를 관객들이 알아주길 바랬던 것일까?(그건 아니었을 거라고 90프로 이상 개인적으로 여기지만 ^^;) 심심풀이로 보려다가 심각한 메시지를 접해버렸당.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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