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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 ![]()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황금시간 |
미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담은 범죄 스릴러
여러 범죄 스릴러를 읽어봤지만, 여성의 시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마약을 중심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피해자이거나 범죄의 굴레에 갇힌 인물로 그려지고, 이를 해결하는 역할은 남성 형사, 경찰, 또는 탐정이 맡기 마련이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현재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펜타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마약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히는 필라델피아, 켄싱턴을 배경으로 한다. 참고로, 이 지역의 실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함께 소개한다. (참고 영상)
이 책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천한 작품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단순히 재미만을 이유로 추천한 것은 아닐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현재 미국 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가 한데 얽혀 있음을 느낀다. 마약, 매춘, 폭력, 가정의 해체, 교육시스템의 붕괴그리고 경찰 조직 내 부정부패까지—이 모든 요소가 미국 사회의 내부적 부패와 붕괴를 상징하는 듯했다.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미국에도 더 이상 어른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른이 없다는 표현보다는, 어른들조차 생존하기 바빠 다음 세대를 돌볼 여력이 없는 현실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상황에서 마약, 이혼, 폭력, 그리고 부정부패가 서로 뒤엉켜 사회를 더욱 깊이 병들게 만든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정치인들의 몫이겠지만,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 책을 추천했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후반부로 갈수록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반전의 연속을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범죄 스릴러가 주는 카타르시스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렴해 나간다. 다만, 주인공이 겪는 다양한 감정과 심리적 변화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저자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명문대를 졸업하고 집필 활동을 이어온 인물인데, 어떻게 이렇게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의 심리를 깊이 있게 묘사할 수 있었을까?
그렇기에 이 책은 더욱 뛰어나다. 서술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기존의 범죄 소설과 차별화되어 있으며, 덕분에 읽기 쉽고 몰입하기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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