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군재직 시절(대구비행장, 일명 K-2 기지로 통하는), 그러니까 98년 중위때였을거다.

내 기억으로 군최초로 기상정보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었었다. 기상전대에서도 아직 시작못했을 때였지 아마? ^.^


당시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붐이 막이 일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마침 모시던 상관께서 만들어보라는 지시가 있었다. 물론 나도 그러고 싶다는 욕심이 나서 인지 3일만엔가 뚝딱 만들었다. 3일이라고 해서 무시하시면 안되는게, 거의 잠 안자고 당시의 최신 기술과 디자인은 다 적용했었으니까.


첫화면은 당연히 오늘의 기상(전국 포함)이고 화면 디자인은 각종 포토샵의 최신기법을 동원해서 스타일리시(ㅋ~ 자뻑수준이 심각한가?)하게 꾸몄다. 그리고 부수화면은 위성사진과 기지별 예보, 레이더 사진, 장기예보, 그리고 기타 공지사항 등등 총 7~8페이지 정도의 화면이었던 것 같다. 아쉽게도 그 때 원본을 가지고 있질 않다. 매우 아쉽게 여기는 부분이다.


아무튼 그렇게 단기간었지만 상관의 '원더풀' 소리 들어가며 만들어진 홈페이지는 당시 비행단과 군수사령부로 그리고 육군2군사령부까지도 인트라넷망을 통해 정보제공을 하겠됐다. 물론 비행단에는 당시 3개 비행대대, 비행작전과는 물론이고 군수사령부의 시험비행과까지 당연히 제공됐다. 다들 그러한 정보제공에 대환영했다. 스케쥴 근무상 3일에 한번씩 돌아오는 크루근무마다 비행대 브리핑을 가면 내가 만든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가 수시로 제공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도 느꼈고.


그러던게 소문이 났는지 전대본부 중앙기상부 전산실 선임대위가 벤치마킹인가를 하러 오셨던 기억도 난다. 당시에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부분이 데이터연동이었다. 사실 이게 가장 핵심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 때 만든 홈페이지의 자료들은 매번 수동으로 입력해 줘야 했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스타일리시함과는 달리 뒤에서 돌아가는 과정은 조잡했다고나 할까? 암튼 전대 전산팀이 내려왔을 때 내가 만든 홈페이지의 구성과 정보를 전대의 자료들과 연동하는 방법에 대해 논해보려고 했지만 전대에선 이미 기상인트라넷이라는 훨씬 큰 구상을 하고 있었던 차였기 때문에 그 꿈(?)은 더 크지 못했다.


그리고 2년뒤에 그 기상전대 작전과로 보직이동을 했었다. ^ 

맡은 직책도 참 다양했는데 그중 하나가 전산분야도 있었다. 당연히 전대 전산실과도 밀접한 관계가 됐다. 2년이 흐른터라 기상인트라넷은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내가 만든 홈페이지는 불과 2년이라는 수명을 끝으로 쫑났다. ; 뭐 아쉽기는 해도 개인이 개발한 것과 수십명의 인원이 외주형태로 만든 것과는 다르지 않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상인트라넷도 국방인트라넷과는 별개의 시스템으로 구성되어있었던 터라 실시간 정보제공에 애로가 있었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지금은 매우 진보적인 형태로 지원되고 있을테다. 아무튼 그 부분에 대한 전대차원의 고민이 진행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전대장이 날 혼자 부르더니 나보고 국방인트라넷에 올릴 홈페이지를 만들어보라는 거다. 엥? 저보고? 기상전산실이 버젓히 있는데도요?


난감하더군. 2년전 대구에선 나 혼자 하는 게 문제거리도 아니고 또 남 눈치 볼 일도 아녔지만, 이 경우는 아니지 않습니까라는 말이 속에서 나오려고 했었다. 하지만 '옜써~~~ㄹ'하고 나왔는데 진짜 난감하더라. 그래도 명령이니 한 2주 정돈가 몰래 홈페이지 만들기 시작했다. 그 당시 오더는 개발중이던 기상 홈페이지 디자인이 너무 구리다였다가 전대장의 생각이었다. 즉 기상자료 연동과 같은 전문적인 부분은 어차피 공군본부 전산실과의 협업이라 후차적인 문제였고, 일단 좀 스타일 좀 살려라라는 거였다. 그래서 맡겨진 일은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었고, 아무튼 당시 홈페이지와 관련한 최신 스타일과 기술들을 적용해서 만들어봤다. 제일 중요한 기상정보를 어디에 배치할 것이며 뭘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요즘도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보면 정말 돌이라도 던져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게 기상청 직원용 홈페이지인지, 아니면 대국민 정보제공 홈피인지 의도를 알 수 없다.


이래저래 어떻게 만들어서 테스트 겸 기상전대 게시판에 테스트라는 걸 알리고 베타버전을 올렸다. 나름 뿌듯함을 가지고, 물론 초기버전이니 개량사항은 엄청날 것이라는 것을 마음에 두고 올렸다….. 그리고 몇시간 뒤 전화 한 통.


전산실장의 호출. ;


열나게 한 소리 들었다. ㅋ~ 당연하지 않은가? 그 영역은 분명 내영역이 아니다. 담당부서가 있고 또 열심히 개발중인 시기였으니까. 개인 혼자서 취미생활의 연장선처럼 할 일이 아녔던 거지. 어찌됐던 자초지정을 설명해 주니 다소 진정한 실장. ^ 사실 자기도 쪽팔렸나 보다. 오죽했으면 전대장이 그랬겠나 하면서. ㅎㅎ 그래서 전대 홈페이지 개선작업은 거기서 끝냈다. 걍 끝.


그리고 몇달 지나서 만들어진 국방인트라넷용 기상홈페이지. 그 당시 전대장도 바뀌었던 시점인가 싶다. 뭐 나로서는 아쉬울 것 하나 없는 홈페이지 개발이었지만 디자인을 보니 역시 돌 던져주고 싶더라. 스티브 잡스의 마음이 그런 거 아녔을까 싶을 정도로. ^


기나긴 글을 읽어주셔서 땡큐.


왜 이글을 적었는가 하면 조직에서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글과 관련해서 옛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3년 근무하는 동안 당시 대대장은 자타가 공인하시는 곱*이셨다. 물론 나도 어떤 부분에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다른 면에선 이 분이 인정해준 창의성과 자율성이 있어서 훨씬 더 즐거웠던 기억이다. 모든 경우에 그런건 아녔지만(아무래도 군대니까…) 아마도 그런 부분들이 그 양반 밑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나름 뿌듯해하는 이유 아녔을까 싶기도 하다. 동의못하시는 분도 있을 줄 안다. 어찌되었든 그 양반이 중요한 게 아니고, 창의성과 자율성이라는 게 조직생활 가운데 보면 잉여적인 측면이 많고 해서 윗분들은 많이 싫어하는 듯 하다. 하지만 되려 이것이 있어서 조직의 대응성이나 생산성이 훨씬 좋아진다는 걸 잘 모르시는 것 같아. 그게 상명하복에 살고 죽는 군대라고 할 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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