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를 처음 읽은 건 국민학교 6학년. 그 때도 뭔가 느껴지는 바가 있긴 했는지 성인이 돼서도 그 느낌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최근에 아이북스에 어린왕자를 사서 넣고 두 아이들이 자기 전 불 끄고 아이패드로 읽어주는 데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정작 나 스스로 감동에 젖게 됐다.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에는 왠지 모를 느낌으로 울컥하기도 했다.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인듯. 어릴 적 친구들, 학교와 집을 오가던 그 거리, 그 길에 있던 흙 논 밭, 유년기의 살던 집, 학교. 그리고 타고 다니던 버스, 가게들... 뭐 하나 그립지 않은 게 없고 같은 한국 땅에 살면서도 이십년이 넘도록 못찾아가 본 나 자신에게 서러운 감정이 든다고나 할까?  그나마 디지털 세상의 힘을 빌어 스트릿뷰 같은 걸로 가 보기도 하지만 역시 언젠가 꼭 직접 가봐야 겠다는 결심 뿐. 

생떽쥐베리. 이름이 한국인에게 독특하게 들리기도 해서 쉽사리 잊기 힘든 이름이기도 하지만 공군 조종사였다는 점은 나에게는 좀 더 친근하게 여겨진다. 공군이신 아버지, 그리고 그 기지를 중심으로 자라온 나에게 그래서 어린왕자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살갑게 느껴진다. 
생떽쥐베리의 마지막은 비행 중 행방불명. 그를 모델로 한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라는 애니에 감동먹은 나에게 더욱 그의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최근에 본 '붉은 남작(Red Baron)'이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도 그래서 더욱 끌렸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삼십년만에 이제는 두 아이의 부모가 된 중년이 읽은 어린왕자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ps : 밤마다 조금씩 읽어줘서 한달은 넘게 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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