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하루키의 책을 몰아서 읽고 있다. 예전부터 '상실의 시대'를 읽으려고 마음만 먹다 해넘긴 게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벌써 올해는  1Q84에 이어 3번째 작품이다..


하루키의 책은 책의 호흡은 느릿한 듯 하지만, 독자의 책장 넘기는 속도는 대단히 빠르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있다. 매번 팝이나, 클래식의 특정 곡들이 주요 소재로 사용되고, 항상 과거의 추억이나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닌데 늘 그렇듯이 유년기나 청소년기의 아련한 기억, 아픔, 상처들에 대한 것이다. 나이 40이 넘어가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이미 지나간 옛것에 대한 기억들, 흔적들이 더 반갑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마침 한 달 전에 몇십년만에 고향동네를 다녀오고, 그때의 친구를 만나보고,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명 더 보고. 책속의 주인공처럼 완벽한 그룹은 아니어도 나름대로의 영향을 서로에게 주면서 우정을 다져가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만나는 기쁨도 있었다.

다자키 스쿠루가 그의 꿈을 위해 나고야를 떠난 후 일어난 그룹과의 갑작스런 결별. 그리고 상당기간 그의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자리잡은 무언가. 나에게도 그와 아주 흡사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왜그리도 공감이 되는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그 옛친구들과의 그간 서로에게 알리지 못하고 각자의 가슴속에 가둬두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그 무언가를 해소한 시기다. 그리고 그걸 완전히는 아니라도 거둬들인 후에야 그는 이후를 생각하고 나아가게 될테다. 

자! 나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할 것인가? 정작 고향에 다녀오니 생각한 것만큼 엄청난 감동도 아니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눈물 날 만큼 감동은 아니었다.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통해 내 마음속에서 힘들어했던 것들을 어느정도 거둬냈다는게 더 큰 것 같다. 

하루키의 소설은 아직도 읽을 거리들이 많다. 다른 작가들과 달리 비슷한 소재와 전개방식을 답습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매력이 있다. 남들은 예전에 하루키의 매력과 영향에 빠진 시기가 있었나 보다. 난 남들처럼 그런 시기를 같이 하는게 왜인지 꺼려진다. 외곬수 기질이라고나 할까? 남들과는 뭔가를 같이 하는 걸 기피하는. 여하튼 당분간은 뒤늦게 나마 하루키의 영향을 좀 받지도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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