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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생에 대한 책을 읽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어렸을 적 수도 없이 읽었던 위인전기들... 그들의 태어난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드라마틱한 과정은 그들의 삶을 동경하게 만들고 그들중 얼마는 미래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그런 책들 대부분은 승리한 자(그게 전쟁이던, 누군과와의 경쟁이던, 아니면 무언가의 추구에서 결과를 얻어가는 것이던간에)에 대한 기록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미래에 대한 기대는 성공, 승리의 삶만이 중요하게 여겨지게 됐던 것 같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였던가 '롬멜'이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참 기묘한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2차대전하면 패튼, 아이젠하워, 몽고메리, 맥아더 정도의 이름만 알던, 그것도 승전국의 장군들에 대한 승전기에만 익숙하던 나에게 패전국의 장수가 그렇게 강렬하게 다가오다니.
'사막의 여우'
롬멜하면 항상 따라오는 수식어.
여지껏 이러한 이미지로만 알고 있었고 마지막에 권총자살했다는 등의 소문정도.
취미생활로 밀리터리 디오라마, 건담 모델링을 하다보니 2차대전의 독일군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정작 그 주역에 있었던 롬멜은 그리 잘 알고 있지는 못하다.
마침 서점을 기웃거리다가 롬메에 대한 책을 발견하고 온라인으로 구입^^

잘 알려진 것처럼 롬멜은 2차대전중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활약이 유명하다.
측면우회술과 같은 매우 전략적인 자신만의 전술로 전장을 주도하는 맹장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전략을 효율적으로 펼치고자 하여도 그는 제국군의 장군일 뿐,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활약상 이면에는 늘 발목을 잡는 그의 정적들로 인해 북아프리카 전선이후의 그의 모습은 전장을 주도하는 면은 점차 퇴색된다.
노르망디 상륙에 대한 방어 준비과정에서도 그는 군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동분서주하지만 역시 그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무능한 아군들.
평범한 장교로 평생을 보낼뻔한 그를 일약 스타장군으로 밀어주는 원동력이 된 총통에 대한 절대적 믿음은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점점 회의와 번민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총통 암살모의에 대한 주도혐의 등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죽음을 맞이...

기존에 알아왔던 승리하는 롬멜보다는 승리와 실패 그리고 좌절을 경험하는,
단순한 군인의 삶에서 나라와 민족,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고뇌하고 결국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하는 인간의 모습을 본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롬멜의 전략과 전술에 대한 전문적인 것을 기대했지만, 정작 롬멜을 명장의 반열에 올려놓게 한 결정적 원인은 그 이상의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하는 듯하다.

쉰들러 리스트를 기억하는가?
세상이 아무리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더라도 그 시대를 개선하려는 자들은 있다.
롬멜 또한 그러한 면이 오늘날 새롭게 조명되는 것 아닐까?
절대적 신뢰의 대상이던 총통의 명령에 고뇌하다 결국 후퇴라는 결단을 내리고, 나치 친위대의 만행에 대항하며, 포로 및 점령지의 주민을 공정하고 대우하도록 하고, 그가 있었던 곳에서 롬멜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적의 장군 또는 유능한 상관의 이미지를 넘어 신뢰할 만한, 존경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르지만 어디까지나 적, 아니면 전후의 이들에게나 그런 것이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조직안에서, 아니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우를 자주 접한다. 분명 이건 바른 길이 아니며, 당연히 막아야만 하지만 많은 구실거리를 만들며 피해간다.
롬멜이라고 다르겠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절반을 승리로 장식해왔던 것을 과감히 버리고(?), 아니 인간이라면 누구가 느꼈을 자연스러운 감정을 따라 가는 그의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가는 모습은 '남자는 등으로 말한다'라는 문구를 생각나게 한다. 응(?).. ^^

물론 반론의 여지도 많다. 왜 하필 독일제국군인가라는 점에서.
어쩌겠나?
우리처럼 늘 일본에 대해서 이야길 할 때면 입에 거품물고 외치는 것과 다르지 않을까?
최근 상영했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보고 좋게 말한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충분히 예상가능한 것처럼 롬멜은 그가 있었던 자리를 원망해야 할 지도 모른다... 정말 그럴지도. ㅎㅎ
 " 어머니 왜 저를 독일에 태어나게 하셨나요? " 이럴까?

만약 그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패튼과 쌍벽을 이룰만한 사람이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누가 말했으므로 이런 쓸데 없는 상상은 별로...
롬멜 상세보기
마우리체 필립 레미 지음 | 생각의나무 펴냄
총 통의 명령을 어기고 수십만 부하의 목숨을 구한 '위대한 퇴각'을 감행한 총사령관 롬멜. 그는 증오해야 마땅할 나치였나, 아니면 히틀러에 저항한 영웅이었나? 이 책은 지략과 전쟁술 등 기존의 책들에서 다루어진 내용들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롬멜의 내적 변화에 주목하고 그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롬멜이 직접 쓴 일기를 비롯해 개인적인 편지들, 그리고 명령 기록들과 메모 등의 원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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