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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아기가 뒤바뀐 줄도 모르고 수년간 기른 부모들.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그 아기들을 고의적으로 바꾼 간호사. 영화 중간 료타(케이타의 아버지)는 그 간호사를 찾아가 '당신때문에 우리 가정은 엉망진창이 됐어' 라고 한다.


재앙이다. 

단순한 병원의 실수였다하더라도 큰 일인데, 알고 보니 고의적인 일이었다니. 게다가 이젠 그 시효 기간도 경과해버려서 처벌도 안된다라... 영화를 보면서 저걸 어째 야 하나 싶었다. 법이 문제네 어쩌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최근 읽은 필립 얀시의 '하나님 제게 왜 이러세요'라는 책이 떠올려진다.


미국에 있었던 여러 총기사고 중 가장 나이 어린 초등학생들이 희생된 샌디훅 초등학교 사건을 중심으로 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하나님은 대체 그 때 무얼하고 계시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책이다. 이 일만 아니라 사라예보, 일본 후쿠시마 등등의 많은 인재, 자연재해 가운데 벌어진 무고한 희생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 이어진다.

최근에 우리에게도 세월호 사고로 많은 귀한 생명을 잃었다. 더욱이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의 총합이 사고로 터진 터라 대체 이걸 누구에게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하는 가에 대해 우리나라는 혼란 가운데 있다.

필립 얀시의 책을 보면서 그런 처참한 현실 가운데 전능자는 개입하시지 않고 뒷짐만 지고 계시는 듯 하고, 범죄를 저지를 이들은 호위호식하면서 너무나도 잘 살고 있는 상황이라면 '대체 여러분은 어쩌겠는가' 라는 물음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그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복수라도 하면 지금의 문제가 갑자기 원래의 행복했던 상태로 돌아가는가? 그나마 범죄자가 있으면 그렇기라도 하겠지만 자연재해는 또 어째야 하나? 대체 누구에게 그 문제의 책임을 지운단 말인가?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료타는 이 문제에 대해 잘못을 한 병원, 범죄를 저지른 간호사, 실제 자기 자식 류세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의 궁색한 모습, 지금의 자신의 모습같은 아버지 등등에게 그 책임을 지우려는 듯 하다. 똑바로 살아왔다고 여겼고 그리고 그 만큼 이루었으며 그래서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었는데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앞으로의 일도 어찌해야 할 지 앞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상황에서 대체 어쩌라는 말인가?

논리적으로 따지면 원인들의 문제점을 해결하면 결과는 정확하거나 선한 결과가 나옴이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게다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어찌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제도를 개선하거나 법에 의한 처벌같은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이미 헝클어져버린 삶의 문제를 바로잡아줄 어찌할 방법이 없다.

영화에서는 아이를 맞바꾼 가정이 서로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 알콩달콩 잘 살게 되었다 이런 결과를 말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문제를 던져준 이들을 단죄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와 아픔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기를 닮지 않아 실망스럽기만 했던 남의 아이를 다시 가족으로 감싸안는 것으로 끝낸다. 삶의 문제를 해결해야할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문제 그대로 삶속으로 끌여들여 녹이는 것으로.


필립 얀시도 하나님에 대해 동일하게 말한다. 샌디훅 사건의 부모들, 사라예보의 시민들, 후쿠시마의 희생자 가족들 가운데 하나님은 문제 가운데 상처받고 피 흘리는 그들 가운데서 함께 계시고 그들을 위로하고, 다독이고, 감싸안으셨다. 물론 그 하나님이 형체를 띄어 나타난 것은 아니다. 크리스챤이라 불리우는 이들을 통해서도, 또 교회의 이름으로도, 여러 모양으로 아픔 가운데서 움직이신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상처가 완전히 해결되고 아무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아픔은 그대로 기억되고 남아 있지만, 오히려 그 상처들로 인해서 서로를 다시 감싸고 안아주는 지렛대가 된다. 


여러 모양으로 고통을 겪는 이웃들이 있다. 세월호, 군폭력의 희생자... 많은 부모,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슬퍼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어떻게 그들을 대하고 있나? 아니 스케일을 좁혀서 내 아이들, 내 아내에게는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료타의 모습을 보면서 억지스런 웃음을 짓느라 힘들어하지 말고 힘 빼고 자연스럽게 삶을 대하라는 메시지를 봤다.


PS : 아역배우들이 너무 귀엽다. 특히 막내 야마토의 능청스러움은 내 둘째를 떠올린다. 그리고 일본의 배우들이 한국의 배우를 닮은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계속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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