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전 일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대구 친정에 내려가서 2주간 솔로생활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간만에 밤늦게까지 맥북프로 가지고 노느라 아침에 정신이 없었다. 머리도 좀 무겁고...

출근하면서 이것저것 챙기고 나오면서 '음 오늘은 자정을 넘겨서 들어오니까 거실 불을 켜두어야겠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금요철야예배가 있는 날이라서 밴드팀 끝나고 집에 오면 새벽 2 ~ 3시는 보통이다.

아무튼 거실 불을 켜고 현관문을 나와서 열쇠 잠그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응? 어차피 퇴근해서 다시 집에 들릴건데 뭐하러 불켰지?'


퇴근하고 집에 들러서 베이스기타를 챙기고 차로 양재로 가야하기 때문에 금요일은 일찍 사무실에서 나온다. 집앞에 와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까

'헉!! 이 냄새는?'

(동지가 지난 지 며칠 되지도 안았고 퇴근 무렵은 어둑어둑하다. 보통 같으면 출근 때 거실 불을 켜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어두운 시간이므로 불을 키려고 스위치를 찾았을 것이다. 만약 그 순간 내가 스위치를 눌렀으면 어떻게 됐을까?)

가스냄새가 짙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황급히 거실을 가로질러 베란다 창문을 여는 그 잠깐에도 그랬다. 거실문, 안방문, 현관문 다열고. 아! 물론 가스밸브도 잠궜다. 아마도 전날 잠깐 가스렌지 사용하면서 밸브를 열어뒀나보다.(그래서 아침에 머리가 무거웠던 것인지도)

그 순간에는 경황이 없어서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집안 공기를 환기하고 집안정리하고 기타 챙겨서 집을 나오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그래서 아침에 필요없는 불을 킨건가?'

라는 생각이었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무의식 중에 누를 수 있는 스위치를 미리 눌러 놓게 하신 주님의 은혜라고 밖에는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물론 애시당초 밸브를 열어놓지 않았으면 됐지 않냐라는 물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뭐 이렇게 해서라도 당신의 자녀에게 당신의 존재를 다시 확인시키는 일이신데'라는 믿음의 선포밖에는 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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