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늦게 '화려한 휴가'를 봤다. 낯익은 도청앞 광장, 기타 여러 곳들의 화면을 보면서 잠시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야 이미 여러 많은 사람들의 소감이 많을 테니까 리뷰는 패스하고
5.18 당시 송정리에 살았다. 국민학교(요즘 초등학교) 2학년 때다. 그 때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군가족이었기 때문에 당시 군가족은 모두 부대안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너무 오래 됐고, 어렸을 적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5.18 당일인 것 같은 날.
1) 나는 송정서초등학교에 다녔다. 당시에 오전오후반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오후반이였던 그 날 정오 즈음에 학교 가던 중이었다. 신도산 쪽에서 학교를 가려면 학교<->영광통(맞나?) 길을 걸어야 하는데, 이날 택시들이 빠른 속도로 광주로 달려갔다. 특이한 점은 모두 태극기를 택시 앞에 꽂았다는 것. 학교 주변에 택시 조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기때문에 이 택시들이 금남로에 나타났던 그 택시들 중 일부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2) 집에 와서 TV를 틀었다. 당시에 재미있게 보던 TV프로는 "우주 서유기". 제목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프로가 중단됐다. ㅜㅜ;; 그땐 무지 열받았었다. ^^; 그리고 뉴스에서는 KBS 인가 MBC가 불타는 모습이 나오고 영화에서도 나온 것이지만(청문회에서도), 버스가 가로수를 들이받는 장면 등이 나왔었다.
3) 중간 기억은 없다. 왜냐면 부대안으로 가족들이 소개됐으므로, 나도 의문이었다. '지금껏 왜 중간기억이 없을까'라고. 영화보고서야 그 때 기억이 났다. 어렴풋이 아버지 동기분 관사에서 그 집 아이들(친구)과 함께 놀고 자던 기억들. 물론 5.18과 별개로 있었던 기억이었는데 이제서야 합쳐졌다. ㅡㅡ;;
4) 아마 광주에서의 일들이 마무리 될 즈음인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 듯 하다. 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냐면 다음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런 지는 모르지만(광주 가본지가 16년이 지났다. 아~ 가보고 싶다) 송정리역 앞에는 광장이 있다. 그 주변에는 '천일약국'이 있고 그 앞에 정류장, 역 오른쪽인가에 파출소 등이 있었던 기억이다. 또 역 앞에서 신도산방향으로 약간만 가면 바로 옆에 시장이 있다. 그 옆에는 유명한 **촌이 있었던 것 같고. 아무튼 기억나는 것은 어머니 따라서 시장가던 길이었던 것 같은데 광장에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모습이 있었다. 특징적인 것은 어떤 것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모여있었다는 것!
호기심에 틈을 비집고 본 것은 리어커와 앞뒤로 그것을 끌고 어디론가 가는 두 청년의 모습, 아니 세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절반이 없었다. ㅜㅜ 어머니가 내 눈을 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분명한 것은 시체였을 그것을 두 청년이 끌고 갔던 것이다. 워낙 오랜 기억이고 어렸을 적이라 기억에 착오가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꿈 꾼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직도 그 때 그 주변이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생각은 나니까
5) 그로부터 4년 지난 뒤의 일이다.
초등학교 방학 중에 학교가서 청소하는 날이 있다. 6학년 졸업 직전 방학인 것 같다. 청소를 마치고 집에 가려다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게 됐다. 그런데 우리들보다 5~6살 정도 많은(키가 작아서 더 어려보인 듯 하지만) 형이 같이 하자고 해서 껴주었다. 다 놀고 난 다음 학교 교단 뒤의 자리에 둘러 앉아 보라는 그형의 말에 다들 빙 둘러 앉아보았는데.
난데없이 그 형 울면서 말하길(굉장히 당황했었다. 친구들 모두)
"5.18을 잊지 말아라!"
사실 어려을 적 일이라서 아무런 느낌도 없었고 게다가 주변에 그 일로 피해를 직접 당한 경우가 없어서, 거의 잊고 있었던 일이었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형의 말에 다들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 같다.
흠 이 정도가 내가 가진 기억의 전부인 것 같다. 나에게는 아무 일 없었던 것 같은 그 잔인했던 5월이 지나고 다시 일상이 돌아왔던 것 같다. 다시 광주 시내에 다닐 수 있었으니까. 내가 귀가 안좋아서 금남로 바로 옆에 있었던 이비인후과를 자주 다녔는데... 그해에도 역시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 바로 수십미터 옆에 있었음에도 나는 모르고 다녔나보다.ㅜㅜ
87년에 나는 대구로 전학갔다. 그 당시 유명한 사건은 6.29다. 중학교가 대구 동성로에서 가까워서 데모에 의해 수업에 지장도 좀 있었다.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대구와서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그들은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전혀 모르고 있더라는 것. 마치 아프리카 잘 알려지지 않는 나라에서 일어난 소요 정도로나 알고 있었다. 그나마도 어른들이나.
그 때 참 우울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별명이 '전라도'라는 둥 기분 나빴었는데 말이지. 88년 청문회였나? 그때 노무현 뜨고 했었다. 바로 그때 내눈에 선하게 보여지던 TV화면. 몇년간 잊고 지내던 TV속 장면들이 떠올랐다.
제 기억을 공유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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