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 작가를 알게 됐다. 빨치산, 빨갱이의 딸.
지내온 세월의 무게가 엄청났을 것 같은데 정작 소설에서는 깃털처럼 가볍다.
20대의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지천명의 시기인 50대가 되니 세상을 달관하기라도 한 것일까. 물론 책을 탈고하는 세월이 만만치는 않았겠지만.
유물론자, 사회주의자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둔 저자가 그분들의 삶을 세월을 통해 그리고 아버지의 장례식을 통해 이해하고 화해하는 내용. 이념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세상 일이라는게 이념만으로 획일화할 수도 없고, 그 마저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래서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이었다. 특히 유년시절 아버지와의 감정적 교류의 여러 지점들은 나의 어렸을 적 아버지, 어머니와의 기억들을 소환했다.
모든 것이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래서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수많은 우연들로 만들어진 인연들이 우리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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