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 10점
팀 매킨토시-스미스 지음, 마틴 요먼 그림, 신해경 옮김/봄날의책

 

“저자는 이슬람 여행자들의 수호성인인 알-카디르와 영국의 수호성인인 성 조지가 같은 인물이라는 걸 깨달았고, 무슬림인 이바가 들어가지 못했던 하기아 소피아 성당 내부를 이바를 대신해 돌아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슬람과 그리스도교의 상징, 이슬람의 추상화된 하나님과 그리스도교의 인간화된 하나님 형상이 나란히 걸린 것을 발견한다.

성인들의 무덤을 찾으며 작은 기적을 입기도 했던 이집트는 격렬한 아랍의 봄을 앓으며 무바라크를 축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처음으로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로 축출되어 지금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 바바를 만나 세마의 감동을 맛보았던 터키는 최근에 수도 앙카라에서 일어난 대규모 폭탄테러를 포함하여 곳곳에서 폭탄테러가 벌어지고 있다. 글자 그대로 이름이 없는 '익명' 호텔에서 보드카에 취해 춤을 추었던 크림자치공화국은 우크라이나와 결별하고 러시아에 병합되어 새로운 냉전체제의 도화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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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리아. 천 년 묵은 수차가 돌고, 지옥 위에 산상 노인의 성채가 펼쳐졌던 그곳은 벌써 4년 반이 넘도록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연일 공습이 계속되고 정부군과 반군, 수천 년 된 유적들을 여봐란 듯이 파괴해버리는 IS가 날뛰는 그 땅에서 벌써 25만 명이 숨을 거두었고 인구의 반이 난민이 되었다. 전 세계 국가들이 국경을 닫아걸고 있다.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이 벌써 마음을 닫아걸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환대가 없는 시대를 살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곳의 사람들은 아직 14세기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탕헤르의 택시 운전사에게서 축복을 받았고, 이집트 사막 한가운데에서 만난 여인들에게서 포용을 얻었으며, 함께 탐험에 나서준 영민한 터키 소년에게서 우정을 구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이바 시대의 파편을 가슴속에 지닌 사람들이야말로 저자가 찾고자 했던 이바의 환생, 가뭇없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공존과 조화의 시대를 붙잡아줄 마지막 희망일 것이다.” <옮긴이의 후기 중>

책 제목이 원어 제목과 다른 점이 다분히 의도적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숨겨진 의도(라기 보다는 의도하지 않은)아닐까 싶다.
요즘 나라와 나라, 종교와 전쟁, 민족과 민족, 지역과 지역 간 크고 작은 분쟁과 전쟁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저 위 정치적인, 저 아래 개인 대 개인 간의 다툼이나 이견으로 시작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까이서 터 놓고 지내보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는데 안타깝다. 거창하게 대의, 명분, 정의를 부르짖다가 결국 원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게 된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다수는 알고보니 어이없는 것으로 시작되는 수가 있다는 것.

아무튼 이 책 읽는 내내 어려운 점이 하나 있었는데 지명이며 인물 이름이여 대다수 '[알(al)'이 붙다보니 혼란스러웠다. 그 지역의 특성이니 감수할 사항이긴 하다. 게다가 저자는 동일한 이름의 반복을 꽤 피하고자 한 듯 해서 방금 지목한 사람의 이름이 곧 다른 별칭으로 바꿔버리다보니 글 읽는 내내 무슨 미로 속에서 길 찾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요즘같은 코로나 시국에 북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아라비아 반도, 레반테 지역, 아나톨리아,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핫한 크림반도를 대신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좀 더 재미있게 보려면 구글어스같은 맵 어플 옆에 끼고 해당 지역의 사진과 지형을 참고하면 너무 좋다. 14세기의 이바가 이십년 넘게 저 지역들을 다녔다면 21세기의 저자는 비행기와 차량을 통해 짧은 기간에 추적했다. 그렇다면 2022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스마트기기까지 더해서 그냥 앉은 채로 그 지역을 찾아가 볼 수도 있다. 다만 여지껏 배경지식을 알 수 없어 헤맬 수밖에 없었다면 이 기회에 저자를 믿고 따라가보면 재택여행이 충분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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