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술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사람들의 신앙은 생활 속에서 겪는 많은 일들을 통해 내면의 독백과 되새김을 거쳐 자라나고 이것을 공동체와의 나눔을 통해 성장했다. 하루하루의 삶속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신앙의 세계에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일주일에 딱 한 번의 예배였을 것이다. 그나마도 설교자 옆에서 또렷이 말씀을 들어보는 것은 감히 꿈에도 꿔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위대한 신앙의 선배들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믿음의 길을 걸었고 현대인들이 바라는 그런 성스러운 삶을 살았다. 요즘처럼 수많은 설교자의 주옥같은 말씀, 깊은 신앙의 세계로 안내할 책들을 전혀 접할 수 없었음에도 현대인에게 귀감과 도전이 되는 그들의 신앙은 어떻게 자라난 것일까?

믿음은 들음에서 나는 것이다라는 성경말씀처럼 들음에 있어서는 요즘과 비할 바 없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에 과연 어디서 들음을 얻을 수 있던 것일까?

반면 정보화시대 속 현대인은 평생 들어도 남아도는 수많은 설교와 신앙서적 속에 있다. 매 주일도 모자라 수요일, 금요일, 심지어 매일의 새벽예배. 주일 또한 한번의 예배가 아닌 시간대별로 쪼개 여러 예배가 있어 거의 매시간마다 주께 드리는 예배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풍요함 가운데서 신자들의 믿음은 들음의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같이 성장했을까? 이러한 의문을 가지는 것이 회의적인 것으로 여겨지겠지만 그럼에도 그 차이는 무엇인가 궁금해진다.

최근에 읽은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17세기 이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 힘입어 증가한 인쇄물이 인류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면 삶은 풍요로워지는 반면 점점 정신세계는 이전보다 되려 후퇴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보여준다.

그래서 요즘 많은 사상가들은 인류 역사상 모든 면에서 가장 풍족한 이 시기가 인류가 퇴보하는 분기점이 아닌가라는 역설적인 평도 한다.

신앙의 세계도 마찬가지여서 말씀은 넘쳐나고 아멘의 소리는 전세계의 교회마다 커져만 가지만 정작 본질은 없고 껍데기만 남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만 봐도 불과 십수년전까지만 해도 교회는 사회를 받쳐주는 든든한 반석같았지만 지금은 기둥은 낡고 낡아 뭔가로 대체되어야 할 것 같은 위기 상황에 있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은 앞서 말한 내면은 텅 비어가는 인류의 현재 상황과 맞물려 전 세계적인 현상인 듯도 하다.

나의 생각은 없고 정리되지 않고, 쌓여있지도 않고, 되새김할 것이 없어 결국 말씀은 넘쳐나나 속에서 수용하지 못해 그냥 배설되어 버리는 것이다. 대체 이러한 상황은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까? 생각없는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는 존재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할까?



아이패드를 쓴 지도 벌써 햇수로만 7년째입니다. 아이패드 1을 미국에서 들어오시는 분을 통해 입수한 후로 아이패드 2, 3, 에어1 까지 참 애플에 충성스러운 고객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안드로이드 쪽에서도 많은 태블릿들이 나왔습니다. 스마트폰과는 다르게 태블릿 카테고리에서는 워낙 아이패드가 강력하게 리드를 해서 사용하는 유저입장에서도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며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갤럭시노트와 같이 펜의 입력도구를 차이점으로 부각하며 나오는 장비를 보며 뭔지 모를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스티브 잡스는 열개의 손가락을 신이 주신 최고의 입력장비라고 한 적이 있었죠. 그 말을 들으며 저도 썩소를 날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잡스어록을 금과옥조처럼 받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저 부분에서 저는 잡스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잡스는 대학시절에 서예에 같은 캘리그라프 과목을 청강하면서 폰트의 중요성에 눈 떴던 것으로 압니다. 캘리그라프는 최근에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로 취미 또는 아예 전업으로 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죠. 그 캘리그라프, 서예, 펜글씨 모두 펜과 같은 입력도구를 이용합니다. 금속성 펜촉의 질감과 필압을 이용한 다양한 글씨체의 변화는 손가락만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닌 거죠. 서예도 붓을 구성하는 털의 종류, 크기에 따라서 다양한 서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손가락 말고도 입력에는 여러 도구들이 존재하며 나름대로의 영역이 오랜 세월 구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애플펜슬 이전부터 여러 스타일러스들이 있었고 저 또한 사용해봤습니다만 입력의 신속, 정확한 점에서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애플만의 스타일러스를 원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를 통해 애플펜슬을 쓸 수 있게된 것은 애플이 늦게서나마 저 부분을 이해해주고 조금씩 잡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 아이패드프로 9.7

저는 아이패드 프로 9.7과 애플펜슬을 한국출시에 맞춰 구매했습니다. 아이패드는 에어1때와 같이 애플 공홈을 통해 셀룰러 모델로 했습니다. 아이폰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데이터쉐어링' 상품을 쓰는데 프로모션이 되서 실제 사용료는 없습니다. 요즘은 아이폰의 핫스팟 기능을 자연스럽게 이용해서 와이파이 모델만으로도 잘 된다고 하지만 아이패드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와 같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셀룰러 기능의 부재가 커서 전 에어 이후로 셀룰러만을 이용합니다. 덤으로 GPS 기능이 있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프로 시리즈가 에어의 확장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논란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6월 이후에 에어 3가 나올테고 프로 시리즈가 팽 당할거라는 둥 말이죠. 어찌됐든 애플펜슬 하나만으로도 프로의 가치는 아주 높습니다. 여하튼 에어 1을 써왔던 저로서는 프로로 넘어와서 크게 성능의 향상을 느낀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에어1의 성능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스펙을 봐도 클럭이 올라가고 램이 늘었지만 주로 사용하는 앱들이 성능을 요구하는 것들이 아니다보니 프로로 넘어와서도 성능에 따른 만족도는 그저 그렇습니다. 다만 지문인식이라던지 스테레오 스피커 지원 같은 것은 좋습니다. 또 살짝 얇아지고 무게도 가벼워진 점도 좋죠. 이미 아이패드 프로 12인치 이후로 많은 분들의 사용기가 올라오고 있으니 저의 아이패드 프로에 대한 평가는 이 정도에서 마치겠습니다.



▶ 다음은 애플펜슬.


제가 굳이 아이패드 프로로 넘어오게한 원흉(?)인 애플펜슬입니다. 가격이 비싸다고들 하는데 제 생각엔 성능에 비해 오히려 싼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제품은 잘 아시다시피 애플펜슬과 펜촉 여분 1개, 그리고 라이트닝 케이블 연결 젠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갤럭시 탭이나 노트, 그 외의 태블릿 지원 스타일러스들은 기능만을 위해 디자인을 삭제하다시피 한 게 많았습니다. 물론 태블릿에 수납하도록 해서 휴대성을 높이기는 했지만 입력을 하는 의미는 글짜의 모양이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감안했을 때 극악스러운 파지법을 유발하는 것은 그간 정말 제가 혐오하다시피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애플펜슬의 디자인은 여지껏 수세기간 이어져 온 인류의 입력도구인 붓, 펜, 연필의 그것을 그대로 이어놨습니다. 저는 참 잘한 점이라고 여깁니다. 꼭 태블릿과 함께 있어야하는 것보다 입력도구 그 자체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거 말이죠. 그래서 주머니에도 넣고 별도로 보관하기도 하고 - 소중한 도구인 것입니다. 저도 소시적엔 한 붓글씨 했었는데 그 때 몇십만원 주고 산 좋은 붓은 다른 붓들과는 다르게 보관하며 소중히 여겼던 것이 떠오릅니다.

실제로 손에 쥐어서 입력하면 예전 느낌 그대로입니다. 다만 종이에서 유리위에 쓰는 게 달라진 점입니다. 그래서 좀 미끄럽다는 것과 종이에 쓸 때처럼의 질감은 느낄 수 없습니다. 이 부분도 앞으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원 가능할까요? 아니면 그냥 고대유물과 같은 것으로 치부될 지는 지나봐야 알겠죠. 앞으로의 세대가 이전세대와 같이 종이를 접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 테니 말입니다.

자~ 좋은 입력도구가 있으면 그에 걸맞은 앱도 있어야겠죠? 워낙 많다보니 그 중 몇가지만 제가 잘 쓰는 앱을 말씀드리면 저는 노트앱으로 'NOTESHELF', 'PENULIMATE'를 씁니다. noteshelf는 예전부터 써왔던 앱이라 gootnote와 같은 앱과 비교해서 어떨지는 몰라도 저에게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penultimate는 잘 알려진 대로 evernote에서 인수해서 그런지 작성된 페이지는 자동으로 에버노트와 싱크되는 편리함이 있습니다. 가장 가볍게 편하게 쓸 수 있는 점도 좋습니다. ’Procreate’과 같은 편집툴은 간간히 사용하기 하는데 역시 펜슬이 있고 없고에 따라 품질이 확연히 달라지네요. 그만큼 세밀한 터치가 가능해서이죠. 그 외에는 특별히 더 써 본 앱이 없는데요 더 필요한 용도가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이제 사용한 지도 한달이 지나가는데 몇가지 단점이 눈에 띄기는 합니다. 먼저 장시간 미사용 시 연결해제가 되는데 이 경우 다시 연결하는 방법은 블루투스 설정에 들어가거나 펜슬을 직접 아이패드에 연결하는 건데 이 때 좀 모양새가 어중간해서 어디다 놓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 기본적이 재질 탓이기도 하지만 아이패드 유리면에 닿아서 글을 쓸 때 미끄러지는 느낌은 분명 펜을 쓰는 것과는 다른 이질감이 있습니다. 애플펜슬팁을 좀 더 마찰력이 있는 재질로 바꿔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상 1개월 간 아이패드프로 9.7과 애플펜슬 사용후기였습니다. 

역시 마지막엔 이거 누구에게 추천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지껏 여러 스타일러스로 고민해 온 아이패드 유저가 있으시다면 매우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전과는 다른 세계가 열린다고 장담합니다. 물론 스타일러스 없이 잘 사용한 분들께는 그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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